동해인가 일본해인가, 무엇이 옳은가?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명칭 논쟁은 단순한 지명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배경, 국제적 사용 관행,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명칭의 정당성을 따질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역사적 근거, 국제적 사용 관행, 지정학적 맥락, 그리고 각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동해’라는 표현이 더 오래된 명칭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사료(고지도 및 문헌)에는 ‘동해(東海)’라는 표현이 12세기부터 사용된 기록이 있으며, 《삼국사기》(1145년)와 《세종실록 지리지》(1454년)에도 ‘동쪽 바다’라는 의미로 ‘동해’가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 지도에서도 ‘동해’(東海) 혹은 ‘조선해’(朝鮮海)라는 명칭이 사용된 사례가 있으며, 서양 고지도에서도 17~18세기에 ‘Corean Sea’(조선해)나 ‘Sea of Corea’ 등의 표기가 나타난 바 있다.
반면 일본은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명칭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일본해(日本海)’라는 명칭을 국제적으로 사용하도록 홍보했고,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에서 공식적으로 ‘Sea of Japan’ 명칭을 채택했다. 이후 국제사회에서 ‘Sea of Japan’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Sea of Japan’이 공식적으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제수로기구(IHO)와 유엔(UN)은 ‘Sea of Japan’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 중이며, 미국, 영국,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자국 지도에서 ‘Sea of Japan’을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인해, 일부 지도에서는 ‘East Sea’와 ‘Sea of Japan’을 병기(함께 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국무부, 프랑스 국립지도기구(IGN),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두 명칭을 병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은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해’라는 명칭을 국제사회에 퍼뜨렸다고 주장한다. 특히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가 ‘Sea of Japan’을 채택한 시기는 일본이 한국을 강제병합한(1910년) 이후였으며, 당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의견을 낼 수 없었다. 반면 일본은 ‘일본해’는 제국주의와 무관하며, 단순히 국제적으로 통용된 명칭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한국은 ‘동해’가 더 적절한 명칭이라고 주장한다. ‘동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역사적 명칭이며, ‘일본해’ 명칭은 20세기 초 일본이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에 확립되었다. 또한, 한 나라(일본)의 이름을 특정 해역에 붙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동해’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도 접하고 있어 특정 국가만의 바다가 아니다. 일부 국가 및 지도 제작 기관이 ‘East Sea’를 병기하면서 국제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일본해’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에서 이미 통용되는 공식 명칭이므로 변경할 필요가 없으며, 한국이 ‘동해’ 명칭을 주장하지만, 국제적 합의 없이 바꾸기는 어렵다. 또한, ‘일본해’가 반드시 일본의 영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예: 영국해협은 영국만의 것이 아님), 오랜 기간 사용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기존 명칭을 쉽게 변경하지 않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동해’ 단독 표기보다는 ‘East Sea’와 ‘Sea of Japan’을 함께 표기하는 방식(병기)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미국 CIA 월드 팩트북, 독일 지도 제작 기관 등은 ‘East Sea/Sea of Japan’ 병기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단독 표기보다는 병기 운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East Sea’를 인정받으려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동해’가 역사적으로 타당한 명칭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이를 단독 표기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